직업사례 ① 강 별 |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원
강 별 |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원 (장애인식개선센터 근무)
“다치기 전에는 언니를 따라 치위생사의 길을 가려고 했었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지금의 생활에도 만족해요. 장애인의 특성과 어려움을 지금의 직장보다 더 잘 알아줄 수 있는 곳은 없을 것 같거든요.”
겁내서 미리부터 포기할 필요가 없어요
“2013년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빗길에 미끄러진 교통사고로 경수장애를 입었어요. 언니를 따라서 대학교 치위생과에 입학을 하였지만 병원치료와 재활때문에 자퇴를 하고 사이버대학교를 마쳤습니다.”
3년이 넘는 긴 병원생활을 하는 동안 어머니는 줄곧 강별씨의 곁을 지켜주었다. 힘드니까 그만하고 간병인을 쓰자고 말씀드렸지만 한사코 괜찮다면서 강별씨의 손과 발이 돼주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뒤 다시,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밥 먹고 양치하는 게 전부였고, 그 외의 모든 부분을 부모님께 의지하였으니 혼자서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4개월 정도 두문불출 방안에만 갇혀서 지냈다. 달팽이처럼 몸과 마음을 잔뜩 웅크린 채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격리시켰다. 그러다가 일상홈에 참여하여 한 달 정도 생활하게 되었다.
힘들었지만 소중했던 시간, 일상홈
“처음엔 그 조차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죠. 일상홈에 입소하여 혼자서 세수하고, 머리를 감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요령을 배웠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트렌스퍼도 조금씩 할 수 있게 되었어요.”
힘들었지만 소중한 시간이었다. 어느 정도 홀로서기가 실현되었을 무렵, 일상홈에서 인연을 맺은 최혜영 센터장님으로부터 무리하지 말고 일주일에 몇 번씩 나와서 일을 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로 며칠 씩 나와서 일을 하다가 그것이 이어져 지금은 장애인식개선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엔 가장 쉬운 전화를 받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전화를 받으면서 한 손으로 메모를 해야 하는데 손 근육이 마음대로 안 움직이니까 중요한 내용을 자꾸 놓치고 그럴 때면 당황을 해서 다음 전화를 받는 일이 더욱 겁이 나는 거예요.”
그러나 뭐든지, 닥치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찾아졌다. 혼자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어폰을 연결시켜 전화를 받는 방법, 펜을 잘 잡고 글을 쓸 수 있는 요령 등을 찾아서 연습을 하면서 차츰 업무에 익숙해졌다.
일단 해보고 포기해도 늦지 않다
“일상홈도 두려워서 가는 것을 계속 미루다가 마지못해 갔었는데 가보니까 별 거 아니었듯이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더라고요. 미리부터 잘해야 될 텐데, 혹은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런 강박관념을 갖지 않고 에이, 될 대로 되라,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왔어요.”
강별씨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장애인들에게 “해보고 안 되면 그때 가서 그만두더라도 미리부터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녀가 장애인식개선센터에서 하는 일은 인식개선 교육 일정을 알리고 희망자들로부터 교육 신청을 접수하는 일, 서류를 발송하는 등 전반적인 사무 업무이다. 그 외에 행정안전부 사업과 관련된 업무도 진행하고 있다. 강별씨는 직장을 위해 수원 집에서 서울로 독립해서 간간이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으며 혼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오피스텔을 구하는데 요즘 지은 신축 건물은 화장실이 다 좁았어요. 오래된 건물들은 화장실은 넓지만 화장실과 현관문 앞에 턱이 높았구요. 결국 오래전 지어진 건물을 계약하여 아빠가 경사로를 만들고, 손을 봐주어서 지금은 생활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어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운전’
퇴원하고 처음으로 부모님과 언니, 형부까지 가족 6명이 제주도로 놀러갔고, 지난 여름 휴가도 가족과 같이 보낸 강별씨는 “예전에는 친구들밖에 몰랐기 때문에 다치지 않았으면 이런 기회도 없었을 것”이라며 장애 후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다치기 전에는 치위생사의 길을 가려고 했었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지금의 직장생활에도 만족해요. 장애인의 특성과 어려움을 지금 다니는 직장보다 잘 알아줄 수 있는 곳은 없을 것 같거든요.”
퇴근 후 집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혼자 보내는 시간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지금 가장 희망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운전과 트랜스퍼를 잘 하는 것이라고 했다.
“금요일마다 아빠가 일을 끝내고 저를 데리러 운전을 해서 오시거든요. 그리고 일요일에는 다시 데려다주고 가시는데 항상 죄송해요.”
운전을 배워서 서울에서 집이 있는 수원까지 만이라도 아빠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것이 지금 강별씨가 바라는 소박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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