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척수장애인이 된 목사 “장애는 ‘랜덤’, 극복 프레임 씌우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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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척수장애인이 된 목사 “장애는 ‘랜덤’, 극복 프레임 씌우면 안 돼”

노태형 0 1802

어느 날 척수장애인이 된 목사 “장애는 ‘랜덤’, 극복 프레임 씌우면 안 돼”

[인터뷰] 한남장애인심리상담센터 김용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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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요즘에는 덜한 편이지만, 누군가 사고나 재난을 당하면 '하나님의 치심 혹은 심판'이라고 단정 짓는 무지와 폭력의 언어가 한국교회 강단에 성행하던 때가 있었다. 죄를 지었기 때문에 하나님이 '응징'했다는 인과응보의 논리가 통용했다. 일부 교인은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다행히 근래 들어 이와 같은 허무맹랑한 소리는 줄어들었지만, 누군가의 의식 속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

 

“죄지은 거 있으면 기도하세요, 목사님.”

“누구 미워한 적 있으세요? 이제는 용서하세요.”

 

김용구 목사(47)가 장애인이 된 2011년경 지인에게 들은 말이다. 위로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모 기도원 원장은 김 목사에게 “장애는 죄의 결과이니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아니, 이 세상에 미움 없는 사람도 있나요? 이분 논리대로라면 세상 모든 사람이 장애인이 될 거예요. 어쩌다 보니 장애가 찾아온 것뿐인데, 그것이 죄의 결과라는 식으로 매도하더라고요.”

 

12월 29일, 대전 한남대학교에서 만난 김용구 목사가 탄식하며 말했다. 김 목사는 장애를 갖기 전 지리산을 7번이나 종주할 정도로 체력이 좋았다. 족구·축구 같은 운동을 즐겨 했고, 살면서 큰 사고를 당하거나 몸이 아픈 적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2009년 11월 29일 예기치 못하게 일이 일어났다. 몸에 이상이 와서 대학병원을 찾았는데 도착하자마자 심정지가 왔다. 의사들이 돌아가면서 심폐 소생술을 했다. 2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다행히 생명을 유지했다. 다만 심폐 소생 과정에서 척수신경에 손상을 입었다.

 

“생명은 건졌는데, 하반신에 마비가 왔어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척수에 손상을 입으면 그 밑으로 기능과 감각을 잃는다. 걸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김 목사는 재활 치료를 포함해 1년 반 동안 병원에서 생활한 후 2011년 4월 퇴원했다.

 

중도 척수손상장애인이 된 김 목사는 처음에는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망을 거듭할수록 ‘부질없다’는 걸 알았다. 그럴수록 자신만 손해라는 걸 깨닫고 장애를 수용했다.

 

“장애는 ‘랜덤’이잖아요. 내가 싫다고 해서 나만 비껴가는 게 아니잖아요. 저는 부르심이자 응답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달라졌지만, 이렇게 응답하면서 사는 것도 삶의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애를 수용한 김용구 목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2015년부터 척수장애인을 대상으로 재활 상담 심리 컨설팅을 시작했다. 김 목사는, 장애인이 직접 케어해 주니 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차에 타고 내리는 법부터 시작해 용변 해결, 성 상담, 직업 상담 등 일상에 필요한 모든 일을 일러 준다. 지금까지 병원과 척수장애인협회, 개인적인 만남 등을 통해 상담을 한 척수장애인만 50명이 넘는다.

 

김 목사가 상담에서 가장 중요시하면서 경계하는 건 ‘극복 프레임’이다. 흔히 비장애인들은 장애를 극복 가능한 것으로 상정하고 장애 당사자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으려 한다. 이는 일반 사회든 교회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김 목사는 극복 프레임은 허구에 가깝다며 없애야 한다고 했다.

 

“장애 극복 프레임을 없애야 해요. 저는 장애 문제에 있어서 ‘극복’은 없다고 생각해요. 극복했다고 생각해도 어느 순간 또 장애를 안게 되는 장면이 떠올라요. 극복 프레임은 비장애인이 생각하는 프레임이에요. 장애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사회가 돼야 하는데, 자꾸 장애인에게 좋아지고 있느냐, 나아지고 있느냐고 물어요. 나아질 수 없는 장애도 있어요. 선천적인 장애도 있고요. 장애를 ‘아프다’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아픈 게 아니라 하나의 특성이죠. 그런 점에 있어서 인식 개선이 필요해요.”

 

출처: 뉴스앤조이[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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